🍁 단풍 너를 보니
- 법정 스님 -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을까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 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너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 따라 가다보니
육신은 야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삼아
실컷 춤이 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 보면
흰 바위 푸른 솔도
손뼉 치며 끼어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 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