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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김미카엘 2021. 8. 18. 11:13

? 소록도 스테파노 할아버지

글/ 김웅렬 신부

지금은 전국의 나병 환자 마을이 많이 없어졌지만, 

제일 유명한 곳이 소록도이죠?

저는 신학교 두 방학을 
소록도에서 보냈어요

큰 가방 하나를 들고 소록도의 비탈진 
길을 오르는데, 처음에는 정말 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팔다리가 
하나도 없는 나병 환자 였어요.

배에 타이어 반으로 자른 것 대고 
팔꿈치로 기어가고 있는 거였어요.

‘아저씨 어디 가세요?" 하며 
얼굴을 보니 더 흉칙했어요.
구멍만 뻥뻥! 코도 없어진 지가 오래 되었죠.

저 위에 성당에 기도하러 가신대요. 
목에는 묵주를 감고 계셨죠.

그래서 ‘아저씨,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안아 드리면 안될까요? 
전 신학생입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오늘 
천사를 만났다고 고마워 하셨어요.

다른 사람은 5분이면 갈 거리를
이 분은 지렁이처럼 기어가니 3-40분이 걸렸죠.

게다가 비탈길에 눈이 오면 열심히
올라가다 배에 있는 타이어가 죽 미끄러지고...

그 분 성함이 스테파노 셨어요.
산 중턱에 공소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어느 날 저도 기도하러 그 공소를 들어 가려는데, 
공소 밖에서 스테파노 할아버지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도하고 계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왜 못 들어 가셨어요?’
세상에, 문고리를 열 손이 있어야 문고리를 열죠. 
다른 때 같으면 머리로 몇 번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문을 열어 주었대요.

그런데 그 날은 너무 추워서 기도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그 닫힌 문을 머리로 열려고 하다 머리가 
터져 얼어 붙은 거예요.

그래서 밖에서 여기가 1처겠다, 
2처겠다 하면서 혼자 배로 기면서 14처를 하고 계셨어요.

‘아이구, 아저씨 저랑 같이 해요.’
정말 아기 몸뿐이 안 되는 아저씨를 품에 안고 
함께 14처를 했지요.

나중에 제가 신부가 되고 어느 날 소록도에 계시는 
수녀님 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스테파노 할아버지 아시죠?’
‘네, 잘 알죠.’
‘지금 위독하신데 자꾸 신부님을 찾으시는데 
오실 수 있으실까요?’ 밤에 차를 몰아 
소록도까지 갔어요.

‘할아버지 눈 떠보세요. 
저 왔어요. 왜 빨리 천당 
못가시고 힘들게 계세요. 이제 가셔도 되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대요.

‘신부님, 저는 평생 이 몸뚱아리 
가지고 살았어요. 
소록도 바위에서 자살도 5번이나 시도했는데 
모진 목숨이라 하느님이 살려주셨지. 
난 주님을 안 후 몸 성한 사람이 부럽지 않았어.’

그런데 부러운 것이 손가락 두 개만 있어서, 
내 손으로 묵주 한 번 굴려 보았으면!

그 분은 팔꿈치에 고무줄을 걸고 거기에 
나무를 입으로 끼어, 땅바닥에 묵주를 펼쳐 놓고 
하나하나 집어가면서 기도하셨죠.

자기는 손가락 5개도 필요 없대요,
하나는 걸고 하나는 돌리는 손가락 2개만 
있으면 족하대요.

그러면서 ‘신부님, 나 죽으면 청년 시절처럼 
부활시켜 주실까요?

천국에서는 내 손가락으로 묵주 기도 
할 수 있을까요? 
신부님 입을 통해 확인 받고 싶어 
못 죽고 있어요.’

‘암, 그럼요, 깨끗한 
몸으로 바꿔 주실 거예요.’

언제가 그 분의 빛바랜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잘생기고 준수한 청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럼 안심하고 가겠습니다.’
마지막 강복을 받고 스테파노 할아버지는 
제 품 안에서 아이가 잠자듯 숨을 거두셨죠.

일주일이 지났을까?

제가 꿈을 꾸는데 꽃밭 한 가운데 있었어요.
순간적으로 여기가 천국이구나 생각했죠.
별의별 꽃이 다 있었어요.

그런데 저 쪽에서 누가 막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오는 거예요.

가까이 올수록 어디서 뵌 분인데?
다시 보니 그 흑백사진에 스테파노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인 거예요.

손가락마다 묵주를 칭칭 감고 
나를 끌어 안으면서 ‘신부님, 손가락이 
10개 생겼어요.’
 
여러분들 꿈에서 
울어본 적이 있으세요?

그 양반을 끌어안고 
정말 '성모님
우리 아저씨에게 손가락을 10개나 주셨네!
이제는 아저씨 손가락으로 묵주기도 드릴 수 있겠네!‘
 
그분은 하느님을 체험하고 난 다음 
숨이 끊어질 때까지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그 별만을 바라보면서 한눈 팔지 않고,

비록 몸뚱이는 짐승 같고 배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처참한 몰골 이었지만, 그 분은 성인 이셨어요.

제가 이 세상 살면서 존경하는 분 중 한 분이 
바로 스테파노 할아버지예요.

나도 저분의 신앙 백분의 일이라도 닮자, 
그러면 나도 성인 사제가 될 수 있다
 
여러분들 묵주 알을 굴릴 수 있는 
손이 없으십니까?

성당 문턱을 넘어 설 수 있는 발이 없으십니까?

⚘얼마나 여러분들이 은총 가운데 
부자인지 모릅니다.

⚘우리들이 짊어진 등의 짐은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습니다.

끝까지 용기 잃지 마시고
희망을 갖고 정진하시면
언젠가는 밝은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김웅열 (느티나무) 신부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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