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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층 아파트 계단 과 인생

김미카엘 2018. 3. 9. 11:23

첼로 정원 

80층 아파트 계단과 인생 


한 형제가 초고층 아파트 80층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보니 공교롭게 자정부터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나갈 때도 붙어 있었는데 미처 보지 못하

고 나간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형제는 등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혈기왕성하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자 20층에 내려두고 나중에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배낭을 내려놓자 가뿐해진 형제는 웃고 떠들면서 다시 힘차게 층계를

올랐습니다. 40층에 이르자 힘에 부친 듯 두 사람은 헐떡거리며 서로를

원망했습니다.

“넌 왜 안내문도 못 봤어?”
“그러는 형은? 꼭 나만 봐야 해?”

두 사람은 서로를 탓하며 계단을 올랐습니다.
60층에 올라가자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었습니다.

묵묵히 계단을 올라 드디어 집 문 앞에 섰을 때,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소리쳤습니다.


“열쇠!!!" 20층에 두고 온 배낭 속에 열쇠를 넣어 둔 것입니다.

*************

이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첫 계단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20대에 이를

즈음이면 사회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부담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등에 맨 꿈과 열정의 배낭이

슬슬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잠시만 내려놓자.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때 다시 가져가면 되지.’
나이를 먹을수록 꿈과 열정의 배낭은 잊은 채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40세가 이르면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일은 더욱 힘겨워지면서
주위의 탓을 하고 불평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소중한 젊음의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60세에는 젊은 시절의 기세등등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남을 원망하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며 80세까지 걸어갑니다.
마지막 지점에서 있노라면 문득  진한 슬픔이 밀려듭니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꿈과 열정, 희망을
20세 때 배낭 속에 두고 온 것이 그제야 생각납니다.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인생은 일방 통행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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