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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

무수옹(無愁翁)

김미카엘 2021. 11. 18. 12:49

무수옹

(無愁翁,근심 없는 노인)

 

옛날에 근심 걱정이 없는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에게는 열세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아들 열둘에 딸이 한 명이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혼인을 해서 아들 딸 낳고서 유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습니다.
 
어느 날 열세 남매가 모여서 부모님 모실 일을 의논했습니다.
맏아들을 비롯한 열세 남매 모두가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나섰습니다.
 
결국 열세 남매가 돌아가면서 부모님을 모시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열두 형제가 돌아가면서 한 달씩 부모님을 모시고  4년마다 한번씩 윤달이
찾아오면 딸이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노인은 유람을 다니듯 한 달에 한 번씩 자식 집들을 옮겨다니며 극진한 대접를 받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따뜻한 방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손주들의 재롱이 노인을 반겼습니다.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며 한 마디씩 했습니다.
“정말 근심 걱정이란 없는 노인이야”
 
“그러니 무수옹(無愁翁)이지” 
무수옹에 대한 소문은 돌고 돌아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임금인 나에게도 근심 걱정이 적지 않은데 근심 없는 노인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고?
한번 만나보고 싶으니 불러들여라.”
 
그렇게 해서 무수옹은 임금앞에 불려갔습니다.
“정말 그대는 아무 걱정이 없단 말이오?”
“몸이 건강하고 자식이 번창하며 먹고 입는 데 걱정이 없으니 마음에 거리낄 일이 없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탄복을 하면서 무수옹에게 오색이 찬란한 구슬 하나를 선물로 내주었습니다.
“내가 주는 정표이니 다시 만날 때까지 잘 간직하도록 하오.” 
 
“황감하옵니다.” 
무수옹은 임금한테서 귀한 선물을 받아들고 대궐을 나서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강이 하나 있어 배를 타고 건너야 했습니다.
 
무수옹이 배에 올라타자 뱃사공이 노를 저어가면서 물었습니다.
“노인장은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허허.  대궐에 가서 임금님을 뵙고 오는 길이라오. 이렇게 선물까지 받았지요.”
그러면서 노인은 뱃사공에게 오색이 찬란한 구슬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사공이 구경 좀 하겠다며 구슬을 받아서 만지다가 강물에 빠뜨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구, 이걸 죄송해서 어쩝니까?
귀한 물건인데...” 
무수옹은 깜짝 놀라 당황했지만 금방 체념한듯 말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걸요...” 
 
하지만 거기에는 숨겨진 내막이 있었습니다.
임금이 미리 아랫사람을 시켜서 사공으로 하여금 그 구슬을 강물에 빠뜨리도록한 것이었습니다.
노인에게 근심거리를 만들어 보기 위한 술책이었습니다.
 
무수옹이 구슬을 잃어버리고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임금이 무수옹을 부른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전에 임금이 하사하신 구슬을 반드시 가지고 오시라고 합니다.” 
그러자 무수옹은 그만 아주 난처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임금이 특별히 하사한 구슬을 소홀히 다루다가 잃어버렸으니 큰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열세 남매가 함께 모였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걱정을 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무수옹이 말했습니다.
“걱정들 말거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무수옹의 맏며느리가 한자리에 모인 식구들의 음식상을 차리려고 생선을 여러마리 사가지고 왔습니다.
며느리가 무심코 생선 배를 가르는데 한 마리 뱃속에서 이상한 구슬이 또르르 굴러 나왔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글쎄, 생선 뱃속에서 이게 나왔어요.” 
 
그러자 무수옹이 그 구슬을 보고서 말했습니다.
“얘야!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임금님이 주신 구슬이란다.” 
그러자 식구들이 다들 웃으며 손뼉을 쳤습니다.
그리고 차린 음식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무수옹은 구슬을 품에 간직한 채 대궐로 들어갔습니다.
무수옹이 아무 근심도 없는 표정으로 임금 앞으로 나아가자 임금이 의아하게 여기면서 말했습니다.
“그 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하오.
내가 준 구슬은 잘 가지고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무수옹은 품에서 오색찬란한 구슬을 꺼내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임금이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그 구슬은 강물에 떨어졌다고 하던데……” 
“그랬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되찾았답니다.” 
 
무수옹은 생선 뱃속에서 구슬을 되찾은 사연을 아뢰었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무릎을 치면서 탄복했습니다.
“그렇구려! 하늘이 준 복을 인간이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소.
노인장은 과연 무수옹(無愁翁)입니다그려...” 
 
그렇게 해서 노인은 임금한테까지 "무수옹"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남은 평생을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잘 살았다고 합니다...
 
하늘나라에 가신 우리 어머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걱정도 근심도 다 자기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종일 걱정하겠다.''
걱정 근심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걱정도 근심도 기쁨도 행복도 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니 마음을 잘 다스리는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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