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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태석 신부가 뿌린 사랑 '부활(復活)'하다

김미카엘 2022. 6. 29. 09:51

故 이태석 신부가 뿌린 사랑 '부활(復活)'하다,
 
약 10년 전 '남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린 故 이태석 신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로 많은 분들의 눈시울을 적셨었습니다.
그 영화에 이어 최근 <復活>이란 이름으로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이 영화는
이태석 신부가 48세에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10년 뒤, 어린 제자들이 성장하며
벌어진 기적을 감동적으로 조명한 영화입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를 연출한 구 수 환 감독은 기독교인도 천주교 신자도 아닌 불교 신자였고,
은퇴 자금을 털어 영화를 제작하였습니다.
불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사제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를 연이어 제작하고,
시사 고발 피디 출신임에도 따뜻한 사랑을 담은 영화를 제작한 이유는 무엇인지 인터뷰한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2021년 3월 2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조을선 기자의 인터뷰 기사 내용 중 일부)

“영화 <울 지마 톤 즈>에 이어서 영화 <復活>을 제작하시게 된 계기가 특별히 있었나요?”
“이태석 신부의 형, 이태영 신부가 지난 2019년에 59세의 나이로 선종 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깡마른 모습으로 저를 불러 두 가지 유언을 남기셨어요.
하나는 이태석 재단을 계속 이끌어가 달라, 다른 하나는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에
동생의 삶을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태석 신부의 삶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태석 신부가 남 수단에 작은 학교를
짓고 가르쳤던 어린 제자들이 생각났습니다.
남 수단에 찾아갔더니 의사이거나 의대생이 된 제자가 무려 57명에 달했습니다.
남수단 작은 톤즈 마을에 신부님이 지은 허름한 학교에서 6년 만에 국립대 의대 생 57명이 나온 것입니다.
그 작고 가난한 마을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공무원, 대통령실 경호원, 언론인까지 모두 70명의 제자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의사가 된 것이 아니라 신부님 때문에 의사가 됐고
신부님처럼 살아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제자들이 병원에서 진료하는 모습을 보니 먼저 '어디가 아프세요?'
묻는 것이 아니라 환자 손부터 잡는 거예요.
가는 곳마다 손을 잡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뒤 진료를 하기에,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제자들이 '이태석 신부님이 해오던 진료 방법입니다'라고 답하더군요.

'아이들이 신부님의 삶을 그대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이태석 신부 제자들이 한센인 마을에 가서 봉사 진료를 했어요.
60명 정도 사는 마을인데 환자 300명 정도가 모였어요.
의사가 없으니 주변 마을에서 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거예요.
제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쫄딱 굶으며 진료를 했어요.
 
어느 환자는 12년 만에 진료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환자에게 '의사가 당신 손을 잡았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물었더니
'이태석 신부님이 저희 곁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제자들은 '신부님이 우리 옆에 계신 거 같았습니다.
신부님 일을 우리가 대신해서 너무 기쁩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제자들이 좋은 일을 했다는 게 아니라, 이태석 신부의 사랑이라는 것이
제자들을 통해서 계속 이어가는구나, 이것이야말로 復活의 의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영화 제목은 <우리가 이태석입니다.>였는데, 그 자리에서 제목을 <復活>로 바꿨습니다.
제가 이태석 신부에게 빠져든 것은 단순히 그분의 봉사 때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간 방식' 때문이었어요.
 
그것을 우리 사회에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한센병 환자들은 고통 속에서도 신부님 이야기만 꺼내면 환하게 웃었습니다.
저는 이태석 신부를 존경스럽게 만들거나, 그를 보고 감동받게 하려고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살았던 삶은, 누구든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영화 <울지마 톤즈>에서는 이태석 신부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幸福한 삶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서번트 리더십과, 경청하고 공감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삶이 이태석 신부의 인생이었지요.
 
영화 <울지마 톤즈>에서는 이런 삶에서 감동을 느낀다면 일상에서 실천해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이태석 신부의 삶을 따랐고, 결국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뒤 이태석 신부와 같은
삶을 사는 감격스러운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우리가 이태석 신부가 됐을 때 사회는 굉장히 행복해진다는 게 復活의 핵심이에요.
 
저는 최고로 행복한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삶은 뜻대로 안 되고,
불만 투성이었을 텐데 말이죠.
그분 통해 이야기하며 즐겁고, 하는 일에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자가 물었습니다.
“감독님은 오랫동안 시사 고발 피디로 활동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태석 신부에 관한 휴먼 영화, 종교 영화를 제작하게 되셨습니까?”
“사람들은 이 영화 <復活>이 종교 영화라고 부르지만, 이건 굉장히 강한 고발 영화예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고발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사 프로그램을 30년, 고발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했습니다.
이 영화도 사랑을 통해서 부당한 권력을 고발하고, 이기주의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들까'가 피디들의 목표인데, 이 영화를 본 분들이 이기적인 삶을 스스로 반성하시는 거예요.
 
수많은 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해도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건 어려웠는데,
이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성직자의 성폭력 문제, 권력 분쟁, 세습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이태석 신부처럼 살아야 하지 않겠냐'라는 글들이 나왔습니다.
이태석 신부가 성직자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부 의료진들과 교사들, 정치인들에 관한 사회적 문제가 터져 나올 때에도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지도자로서의 바람직한 상으로 회자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흥행보다도 이런 부분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감독님은 불교 신자라고 들었습니다.
가톨릭 사제인 이태석 신부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계속 제작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종교의 역할이 무엇일까요?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希望을 줘야 하는데, 이태석 신부는 그 삶 그대로였습니다.

법복 입은 스님이든, 예복 입은 목사든, 사제복을 입은 신부든,
종교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신부님의 삶을 보며 그것을 느꼈습니다.
 
어느 날 정진석 추기경이 감사패를 주신다고 해서 방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화 중에 제가 '저는 톤즈 마을에서 예수를 보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상하잖아요, 불교 신자가 예수님을 보고 왔으니까요.
'당신이 본 예수는 어떤 분이었습니까?'
하고 물으시기에 '제가 본 예수님은 대단한 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제 마음에 있는 분이었습니다.

톤즈 성당은 여기처럼 으리으리하지 않습니다.
허름한 성당에 벽은 포를 맞아서 구멍이 뚫렸는데, 사람들이 성당만 들어오면 얼굴이 밝아지는 걸 봤습니다.
그게 바로 예수의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지금 경제적, 이념적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사회 지도자들이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도자들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갈등이 심각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태석 신부의 리더십이 의미 있는
方向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태석 신부의 헌신과 실천, 화합, 섬김의 리더십 상을 우리 사회에 알리고 확산하는 것만으로
위선과 갈등으로 점철된 정치권 등 사회 곳곳에 큰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단 한 분이라도 더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신부님의 삶을 통해 '이렇게 사는 것이 진짜 幸福이구나', 확신을 갖게 되시면 좋겠습니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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